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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록

필요해서 썼던 글이 이제는 기록으로

나는 아직도 글 쓰는 일이 어렵습니다. 머릿속에는 늘 여러 생각이 뒤죽박죽 얽혀 있고, 그것을 조리 있고 명쾌한 문장으로 풀어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글을 써야 하는 일을 피해 다닌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일하고 공부하면서 살다 보니, 어느새 생각보다 많은 글이 쌓여 있습니다.

거의 20년 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썼던 전시 서문과 사진가에 대한 비평문, 내가 기획한 전시에 관한 글, 일을 하면서 필요해서 썼던 글, 신문에 실었던 칼럼, 학술대회를 위해 준비했던 발표문과 토론문까지 종류도 제각각입니다.

‘잡문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해서 하찮거나 별 의미 없는 글들을 모아두는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잡문은 서로 다른 형식과 목적을 가진 여러 종류의 글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은 그때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비교적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록의 성격이 강한 글들입니다.

‘잡문록’은 그렇게 오래전에 써두었던 글들을 다시 꺼내는 곳입니다.

무엇부터 올릴지는 간단합니다. 지금의 내가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부터 꺼내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글을 다시 읽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때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는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꺼내보고 싶은 글은 거의 20년 전에 썼던 노순택 작가에 대한 비평문입니다.

노순택 작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당시 작가를 직접 만나 궁금했던 것들을 묻고 인터뷰한 뒤, 그 대화와 작품에 대한 내 생각을 엮어서 글을 썼습니다. 처음 만나 인터뷰하던 순간도, 집으로 돌아와 인터뷰를 정리하며 글을 쓰던 시간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아침 9시쯤 글을 쓰기 시작했고 오후 6시가 다 되어서 끝났습니다. 글 중간에 중요한 작품 사진을 골라 넣고 캡션까지 달아 글을 완성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당시 비평문을 다시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 어떤 문장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글이었는지는 비교적 분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실제 글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잡문록’의 첫 번째 글로 올릴 생각입니다. 사진 비평문이니 당시 작품 사진도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노순택 작가에게 메일도 보내보려고 합니다. 오래전에 쓴 당신에 대한 글을 다시 꺼내 내가 만드는 홈페이지에 올리고 싶다고요.

아카이브의 힘은 여러 가지입니다.

오래전에 써놓고 잊고 있던 글을 다시 꺼내 읽고, 그때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을 다시 만나게 하는 것도 그 힘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잡문록’은 ‘& 시시콜콜’에서 그 일을 해보는 코너입니다. 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