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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케이

사물의 미래를 기록합니다

‘방탕케이’는 사물에 관한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삽니다.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도 있고, 없어도 되지만 갖고 싶어서 사는 물건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사물은 쓰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리고 쓰임이 끝난 사물의 운명은 대체로 둘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은 버려집니다. 하지만 아주 일부는 쓰지 않게 된 뒤에도 집 안 어딘가에 남습니다. 그 물건을 사용했던 경험과 기억 때문에 차마 버리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개인의 기록 가운데에는 이런 사물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록학에서도 사물과 기록물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사물에서 어떤 기록적 가치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지, 무엇을 기록물로 남길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대개 사물의 쓰임이 끝난 뒤 시작됩니다.

‘방탕케이’에서는 반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새로 사는 물건 가운데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것 하나를 골라, 왜 그것을 사기로 했는지, 그 물건이 내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지를 먼저 이야기합니다. 기록은 흔히 지나간 것에 관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코너에서는 반대로 아직 오지 않은 사물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실제 미래는 예상과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큰 기대를 하고 산 물건이 며칠 만에 구석에 처박일 수도 있고, 별생각 없이 산 물건 하나가 생활을 크게 바꾸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입니다. 여기에서는 일단 물건을 사는 순간의 기대와 생각을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그다음입니다.

처음 그 물건을 샀을 때 했던 이야기와 오랫동안 사용한 뒤 다시 하는 이야기를 나란히 놓아볼 수 있습니다. 처음 기대했던 삶과 실제로 달라진 삶은 얼마나 같았을까, 그 차이를 보는 것도 사물과 경험을 기록하는 재미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사물은 아마 ‘전자레인지’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달에 전자레인지를 하나 사려고 합니다. 거의 모든 집에 놓여 있는 기본 생활기기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돈을 주고 이 물건을 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아주 오래전, 버리려고 내놓았던 낡은 전자레인지를 집으로 가져와 한동안 사용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망가진 뒤에는 새로 사지 않았습니다. 내 생활에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 전자레인지를 사보려고 합니다.

왜 갑자기 필요해졌는지, 그리고 전자레인지 하나를 들여놓으면서 내 생활을 어떻게 바꾸어보려고 하는지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방탕케이’라고 해서 대단히 방탕하거나 값비싼 사치품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물건 하나가 생활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 물건과 함께 만들어질 경험을 시시콜콜 따라가보려는 코너에 가깝습니다.

물건을 사고, 기대를 기록하고, 살아본 뒤 다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방탕케이’는 이렇게 사물의 쓰임이 시작되기 전부터 기록을 시작해보는 곳입니다. 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