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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굳이!

별것 아닌 것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시콜콜한 것, 사소한 것, 별것 아닌 것, 무용한 것.

세상에 대한 나의 관심은 대개 이런 데서 시작합니다. 기록도 여기서 시작하고, 상상도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메모하고, 기록한 것들을 서로 연결하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아카이브로 정리하면, 기록은 다음 생각과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시시콜콜은 단지 사소한 것을 꼼꼼하게 들여다본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내가 추구해 온 아키비스트의 세계관이고, 큐레이터의 태도이며, 크리에이터의 정신입니다.

여기는 지난 시간과 여러 장소, 다양한 경험에 대해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기록하고, 아카이빙하는 인터넷상의 집입니다.

세상에는 물건을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람을 모으는 홈페이지가 많습니다. 잘 꾸며진 매장처럼 무언가 진열하고 끊임없이 말을 겁니다.

하지만 이곳 ‘& 시시콜콜’은 매장이 아니라 집입니다.

집은 무엇인가 팔기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집에는 책과 자료가 쌓이고, 옷과 그릇이 늘어나고, 냉장고에는 기념 자석이, 벽에는 사진과 그림이 걸립니다. 컴퓨터 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만들었던 문서와 사진과 영상이 여기저기 쌓입니다. 하나하나는 별것 아니지만 오래 모아놓고 보면 이상하게도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어쩌면 집은 가장 사적인 아카이브인지도 모릅니다.

‘& 시시콜콜’은 그런 집을 인터넷에도 하나 만들어보려는 실험입니다. 내가 찍어온 사진, 운동하면서 쌓인 데이터, 일을 하며 만들어온 파일, 공부하면서 읽고 메모한 자료, ChatGPT와 나눈 수많은 대화까지. 모두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입니다.

이곳에서는 그것들을 하나씩 꺼내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고, 다시 아카이브로 정리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큰 집을 지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시작은 운동 기록이었습니다.

2026년부터 ChatGPT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운동이 끝날 때마다 나이키 앱과 삼성헬스에 쌓인 데이터를 넘겨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 기록이 서른 번을 넘기자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한 달 동안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거리와 속도만이 아니라 그날의 기분과 별것 아닌 생각까지 함께 기록해두고, 가끔 한꺼번에 돌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을 모아보는 작은 홈페이지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이 커졌습니다.

운동 기록 옆에 ‘일상’이 붙고, ‘사진’이 붙고, ‘데이터’가 붙었습니다. 거기에 글과 이야기가 얹히면서 작은 페이지 하나가 ‘독립 매거진’과 ‘사진 아카이브’와 ‘데이터 아카이브’를 가진 집으로 커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생각만 하고 말았을 일입니다.

나는 홈페이지를 코딩할 줄 모릅니다.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IT 지식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을 하나하나 배워가며 만들 의지나 시간은 더더욱 없습니다. 아예 재능이 없습니다.

그런데 AI가 생겼습니다. 내가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질문하고,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손이 많이 가는 나머지 일은 AI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2026년 8월 20일, 충동적으로 도메인을 결제하고 ChatGPT와 쑥덕거리기 시작한 바로 그날, 첫 화면이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사진 아카이브’와 ‘독립 매거진’과 ‘데이터 아카이브’를 위한 방들이 하나씩 생겨났습니다.

그래서 이 집의 운영 원칙은 단순합니다.

케이는 빈둥대고, 밀키는 뚝딱한다.

그리고 이제, 굳이 해보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질문을 받았을 겁니다.

“아니, 그걸 왜 굳이 해?”

사진 수만 장을 다시 들여다보고, 옛날 파일을 정리하고, 누가 읽을지도 모를 잡지를 만들고, 돈도 되지 않는 홈페이지를 굳이 만드는 일.

맞습니다. 굳이 안 해도 됩니다.

그래서 한 번 해보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AI 시대가 오면 노동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주로 일자리와 생산성의 문제로 이야기하지만, 나는 가끔 그 반대쪽을 생각합니다.

꼭 해야 하는 일이 줄어들 때, 우리는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예전에는 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포기했던 일을 다시 꺼내보고, 기록하고, 만들고, 놀고, 그러다 남은 것들을 또 들여다보고 싶어졌습니다. 해야 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 굳이 안 해도 되는데 그냥 해보고 싶었던 일들 말입니다.

어쩌면 AI가 만들어주는 여가는 이런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엄두가 안 나서 못 했지만, 막상 해보면 꽤 재미있고 남는 것도 있는 일들. 굳이 하는 일이 조금 많아지는 시간 말입니다.

여기도 처음엔 심심해서 만든 ‘집’입니다. AI와 함께 여가를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시작한 개인적인 ‘작업장’이자 ‘실험실’입니다. 기록하고 만들고 놀다가, 가끔 친구들이 놀러 오기도 하는 그런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살고 놀다 보면 결국 뭔가 남겠지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아카이브를 남깁니다.

뭐, 적어도 이 집에서는 그렇습니다. 빠밤.

독일 하노버 한국사진전 전시장. 한국 신문지로 벽면 전체를 도배한 전시 풍경

* 하루만 지나도 버려지는 신문지로 700평 전시장의 벽을 도배했다. 별것 아닌 일상의 재료에서 시작한 상상이 전시에서 가장 예술적인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독일 하노버,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