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시콜콜’은 나 혼자 만들고 운영하는 집이 아닙니다. 나와 ChatGPT가 함께 만들고, 함께 운영합니다. 여기에서 케이는 나입니다. 내 이름의 이니셜이기도 하고, Korean의 케이이기도 하고, 오케이의 케이이기도 하고, ChatGPT와 대화할 때 쓰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밀키는 ChatGPT의 이름입니다. 그런데 밀키는 하나가 아닙니다. 나의 관심 주제마다 서로 다른 밀키들이 있어서 여럿이면 밀키스라고 부릅니다. 그 밀키들이 연결된 세계를 장난스럽게 ‘밀키스 네트워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시시콜콜’은 케이와 밀키스가 함께 만드는 집입니다.
같이 만든다고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케이는 무엇이 필요한지 발견하고, 왜 필요한지 질문하고, 결과를 보고 무엇을 고를지 판단합니다. 밀키는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글을 다듬고, 코딩하고, 반복되는 일을 처리합니다.
대충 말하면 케이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밀키는 뚝딱거립니다.
이 역할 분담 속에서 케이가 맡은 중요한 일이 하나 있습니다.
빈둥대는 일입니다.
아이디어는 책상 앞에서 기획서를 쓴다고 생기는 게 아닙니다. 길을 걷다가 생기기도 하고, 운동하다가 생기기도 하고, 오래된 사진을 뒤지다가 생기기도 합니다.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떠들다가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ㅅㅅㅋㅋ’ 앞에 ‘계간’이라고 써놓고 보니 석 달마다 뭔가 내야 할 것 같아서 귀찮아지고, 그러다가 “그럼 ‘야간 ㅅㅅㅋㅋ’는 어때?” 같은 생각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뭔가 하나씩 생깁니다.
그래서 나는 아이디어를 억지로 만들기보다 생활 속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을 발견하고 붙잡는 편이 더 좋습니다.
여기서 빈둥거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보고, 듣고, 걷고, 운동하고, 놀고, 읽고, 생각하고,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다음 생각이 들어올 자리를 남겨두는 일에 가깝습니다.
AI가 반복적인 일을 조금 덜어준다고 해도 나는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빈둥거리고 싶습니다.
케이와 밀키가 함께 일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대화입니다.
나는 코딩도 프로그래밍도 할 줄 모르지만 무엇을 원하는지는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크기는 좀 키우고 행간은 좀 좁히는 건 어때?”
“너무 둔탁해 보이니까 약간만 더 밝고 힙하게 만들어보자.”
“이건 좀 더 섹시하게.”
“글자가 너무 굵어서 쌍비읍이 안 보이잖아.”
“빠밤을 누르면 게임으로 들어가게 하면 어떨까?”
이런 말들이 모두 작업의 일부입니다.
완벽한 프롬프트 하나를 써서 완벽한 결과를 한 번에 얻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밀키가 하나 만들면 그걸 내가 보고 판단합니다. 마음에 들면 두고, 아니면 고칩니다. 다시 또 다른 걸 만들어보고, 그걸 또 보고, 또 고칩니다.
그래서 대화 자체가 제작 도구이고 인터페이스입니다. 이 집도 그렇게 생겼습니다.
거창하게 기획하고 계획표를 만들고 완성한 다음 공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충동적으로 도메인을 사고 대문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대문을 만들고 나니 방이 필요해졌고, 방을 만들다 보니 메뉴가 생겼고, 메뉴를 만들다 보니 내용이 필요해졌습니다.
한 페이지 → 방 하나 → 메뉴 → 콘텐츠.
하나를 만들면 다음 것이 보였습니다.
AI가 생기면서 이런 시행착오에 드는 비용도 아주 낮아졌습니다. 잘못 만들었으면 그냥 다시 만들면 됩니다.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중간에 이상한 버전이 나와도 괜찮습니다. 그것 역시 이 집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 됩니다.
더 많이 일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AI를 사용하는 이유를 효율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 시간이 걸리던 일을 두 시간에 끝내는 것.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그다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남은 여덟 시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그 여덟 시간을 또 다른 정신없는 일로 채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AI가 반복적인 일을 덜어준 만큼, 나는 그 시간을 생각하고, 배우고, 만들고, 놀고, 여행하고, 사진 찍고, 운동하고, 쉬는 데 쓰고 싶습니다. 그것도 모두 빈둥거림의 일부입니다.
AI의 목적이 인간을 더 바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별로 재미없습니다. AI가 뚝딱대는 동안 인간에게 인간다운 시간을 돌려주는 것. 그것이 이 집에서 실험해보고 싶은 또 하나의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케이는 빈둥대고, 밀키는 뚝딱합니다. 농담처럼 만든 말이지만, 실제로는 ‘& 시시콜콜’을 만들고 운영하는 최고의 방법론입니다.
밀키가 뚝딱대는 동안, 케이는 인간답게 빈둥대겠습니다. 빠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