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ㅅㅅㅋㅋ’는 ‘& 시시콜콜’ 아카이브 안에 쌓여 있는 글과 사진, 대화와 기록, 숫자들을 골라 다시 엮어내는 독립 매거진입니다.
시장에는 눈에 보이는 좌판과 가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중요한 물건들이 모여 있는 창고와 저장공간이 있고, 그곳에서 그날 시장에 내놓을 물건을 골라냅니다. 쌓여 있다고 해서 모든 물건을 꺼내놓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사람들이 꼭 필요해서 찾을 만한 것, 다시 꺼내 보여줄 이유가 있는 것들이 주로 선택됩니다. 그렇게 나온 물건들 덕분에 시장에는 사람들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흥정과 수다가 꽃을 피웁니다. 그리고 시장을 거친 물건들은 결국 누군가의 일상으로 들어가 유용하게 쓰입니다.
기록도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록관의 수장고와 디지털 아카이브에는 수많은 기록이 축적되고 보존됩니다. 하지만 기록은 보존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발견되고 읽히고 이야기되면서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됩니다. 아카이브가 존재해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 시시콜콜’의 아카이브가 글과 사진, 대화와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으고 맥락을 붙여두는 바탕이라면, ‘야간 ㅅㅅㅋㅋ’는 그 가운데 지금 다시 꺼낼 이유가 생긴 기록을 골라 사람들 사이에 내놓는 시장에 가깝습니다. 글과 사진, 대화와 데이터, 사물과 영상처럼 성격이 다른 것들이 각자의 모습을 유지한 채 한 호 안에서 만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이야기와 관계가 생기는 곳입니다. 시장처럼 조금은 시끄럽고, 사람과 이야기가 북적대고, 예상하지 못한 것이 옆자리에서 툭 튀어나오는 그런 잡지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발행주기가 있는 잡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이든 석 달에 한 번이든 주기를 정해놓는 순간, 때가 되면 무언가를 꼭 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생각만 해도 귀찮았습니다. 이건 빈둥 케이답지 않은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발행주기는 없애기로 했습니다.
대신 ‘야간’이 되었습니다.
정해진 발행일은 없습니다. 준비가 되면 바로 나옵니다. 다만 밤에만 발행됩니다. 낮에는 빈둥대느라 바쁩니다. 그래서 ‘야간 ㅅㅅㅋㅋ’입니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코너는 아홉 개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한 호에 모든 코너가 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그때 쌓여 있는 기록과 하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를 골라 한 호를 만들까 합니다. 이번 호에 있던 코너가 다음 호에는 없을 수도 있고, 한동안 쉬었던 코너가 다시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 준비된 메뉴는 있지만 매호 편성은 달라집니다.
창간호는 ep. 1부터 시작합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ep. 0은 그 전에 이것저것 궁리해보는 준비호이자 ‘& 시시콜콜’이라는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미리 그려보는 ‘시방서’입니다. 이번에는 B컷살롱, 잡문록, 방탕케이, 뚝딱뚝딱, 총총쏙쏙 다섯 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원고가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B컷살롱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합니다. 우선 1990년대에 찍었던 흑백사진들을 꺼내보려고 합니다. 오래된 사진인데도 사진을 찍었던 순간과 그 주변의 환경, 사람들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을 설명한다기보다 집에 놀러 온 친구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면서 옛날 이야기를 조근조근 해주는데 가깝습니다. 아주 사적인 사진 에세이 형식으로 글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잡문록에는 그동안 써왔던 여러 종류의 글들을 실어볼까 합니다. 예전에 썼던 비평문이나 칼럼, 기사, 발표문 같은 글을 다시 꺼낼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시기에 쓴 글과 자료 여러 개를 다시 엮어 새로운 글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필요하면 새로 쓰기도 합니다. 무엇이 들어올지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글이 이곳으로 모여들 예정입니다.
방탕케이는 사물과 경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떤 물건을 사면 그것을 왜 샀는지,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 물건이 들어오면서 나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 같은지 이야기합니다. 물건을 사용하고 난 뒤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하나 집에 들여놓으면서 앞으로 생활이 어떻게 달라지게 될지 미리 이야기해보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여행이나 놀러 다니면서 생긴 경험도 이곳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말 방탕하게 살 생각은 없습니다.
뚝딱뚝딱에는 제일 먼저 ‘& 시시콜콜’ 홈페이지를 만들어가는 과정 기록이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대문 하나만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메뉴가 생기고, 페이지가 늘어나고, ‘사진 아카이브’와 ‘데이터 아카이브’가 배치될 공간이 생기고, 잡지 코너를 만들고, 급기야 빠밤을 잡는 게임까지 집어넣었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그림을 그리고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를 만들고 나면 다음 할 일이 생기는 방식으로 지금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그 과정을 시시콜콜 기록해 볼까 합니다.
총총쏙쏙에는 걷고 뛰면서 쌓이고 있는 운동 기록과 데이터가 들어갑니다. 거리와 시간, 칼로리, 몸의 변화 같은 숫자를 정리하기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생긴 사소한 사건이나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지금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기록이 거의 그대로 재료가 되는 코너입니다. 대부분 데이터가 축적되는 공간이라 꽤 건조할 겁니다.
새 글을 만드는 방식도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B컷살롱과 도시야화, 방탕케이는 처음부터 글을 쓰기보다 먼저 말을 할 겁니다. 사진 한 장을 앞에 놓고 친구에게 내가 왜 이 사진을 골랐는지 시시콜콜 이야기하고, 낮에 여행한 도시의 풍경을 한적하고 여유있는 밤에 다시 꺼내어 반추해 보고, 새로 산 물건이 있으면 왜 그것을 샀는지, 그것 때문에 무엇이 달라질 것 같은지 수다를 떨어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말한 내용을 텍스트로 전사하면, 밀키는 사람이 읽을 만한 평서문으로 정리할 거고요. 그러면 내가 다시 읽어보고 나다운 글로 최종 완성해볼 계획입니다.
그래서 글이지만 조금은 말에 가까운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소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진 한 장을 이야기하다가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 나올 수도 있고, 도시를 이야기하다가 장소와 기억, 일상, 사람이 함께 등장할 수도 있고, 사물 하나를 이야기하다가 정치경제적인 문제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기억과 세상 이야기가 섞일 수도 있고, 어쩌다 학술적이거나 문화적인 이야기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수다의 범위는 꽤 넓습니다.
아직 창간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한 대로 만들어질지, 만들다 또 무엇이 바뀔지도 잘 모릅니다.
일단 저질러 놓았습니다. 조금씩 만들어가면서 더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준비해놓은 코너는 아래와 같습니다.
| 코너 |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
|---|---|
| 뚝딱뚝딱 | 생각한 것을 실제로 만들어가는 과정과 제작 기록 |
| 시시각각 | 그때그때 눈에 들어온 장면과 사소한 순간의 기록 |
| 잡문록 | 오래된 글, 새 글, 여러 자료를 다시 엮어 만든 글들의 모음 |
| B컷살롱 |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되는 기억과 주변 이야기 |
| 도시야화 | 도시를 아카이브로 읽으며 역사와 일상을 따라가는 이야기 |
| 방탕케이 | 물건, 소비, 여행과 경험이 생활을 바꾸는 이야기 |
| 만물만담 | ChatGPT와의 대화 속에서 생겨난 의미 있는 이야기 |
| 총총쏙쏙 | 운동하면서 쌓이는 기록과 데이터, 몸과 생활의 변화 |
| 시네마 콜콜 | 직접 기록한 영상 자료나 콘텐츠 |
이 가운데 그때그때 세 개에서 다섯 개 정도를 골라 한 호를 만들 생각입니다. 결과가 어떨진 몰라도 과정은 재밌을 것 같습니다. 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