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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카이브

세상을 보는 또 하나의 눈

이 ‘사진 아카이브’의 시작은 대학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에 입학해 학보사 수습 사진기자로 활동하면서 처음 사진을 배우고 찍기 시작했습니다. 첫 카메라는 니콘 F3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사진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석사과정에서 사진과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큐레이터 활동에 집중하면서 잠시 카메라를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시작되면서 다시 사진과 친해졌습니다. 디지털카메라는 니콘으로 시작해 얼마 전까지 캐논을 주로 사용했고, 그 사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도 상당히 많이 쌓여 있습니다.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모여 있는 사진은 대략 10만 컷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아카이빙할 사진을 선별하면 최소 1만~3만 컷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새롭게 찍는 사진들도 계속 더해질 예정입니다.

사진의 내용도 다양합니다. 1990년대 학생운동을 기록한 흑백사진부터 2008년 광우병 시위, 여행과 일상, 동네 풍경, 전시와 여러 프로젝트 현장까지 제가 지나온 시간과 장소에서 찍은 별의별 사진들이 다 모여 있습니다.

그중 1990년대에 촬영한 흑백사진 일부는 이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에서 서비스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 학생운동의 아주 작은 일면을 볼 수 있는 사진들입니다. 사진과 함께 정리된 메타데이터도 있기 때문에, 이 흑백사진들을 ‘& 시시콜콜’ 사진 아카이브의 첫 번째 컬렉션으로 가져와 아카이빙 시스템을 실험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기존 메타데이터가 민주화운동 사진뿐 아니라 여행, 일상, 동네, 전시 등 앞으로 들어올 다양한 사진까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한 항목을 보완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사진을 어떻게 분류하고 설명하고 검색하게 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수만 장의 사진을 어떤 구조로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2008년 광우병 시위를 기록한 사진들을 정리할 생각입니다. 당시 촬영한 사진은 지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기증되어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메타데이터 작업과 아카이빙이 이루어지지 않아 오픈아카이브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이 사진들이 ‘& 시시콜콜’ 사진 아카이브에서 먼저 공개될 수도 있습니다. 1990년대 사진과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은 앞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도 함께 공유할 생각입니다.

그 이후에는 여행사진과 일상사진을 비롯해 지금까지 쌓여 있는 사진들을 하나씩 아카이브로 정리해나갈까 생각 중입니다.

이 ‘사진 아카이브’를 통해 누군가는 자신이 보지 못했던 시간과 장소를 만나고, 누군가는 자신이 경험했던 순간을 다른 사람의 프레임을 통해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아카이브’가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언제 완성할지, 예산은 얼마나 들지, ChatGPT를 얼마나 믿어도 될지는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카이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시콜콜’만으로도 이미 과부하에 걸리기 충분하니까 말입니다.

일단, 하나둘씩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죠.

2026년 8월 21일 새벽 행신에서 씀. 빠밤.

약 10만여 건의 사진들이 모여 있는 폴더 화면
* 약 10만여 건의 사진들이 모여 있는 폴더 (2026.08.21 캡처)